[독자의 눈]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와 어느 처벌법

입력 2022-05-22 17:50   수정 2022-05-23 14:02

북태평양의 청량한 바닷바람은 샌프란시스코 해안 절벽에 부딪혀 안개가 된다. 수백 미터 높이의 안개 해일은 샌프란시스코를 신비의 도시로 바꾼다. 도시에는 롬바르드 유니온스퀘어 트윈픽스와 같은 신비의 보석들이 숨겨져 있다. 지금은 창업과 부의 해일이 도시를 덮고 있다. 금을 찾던 개척 시대에도 사람들은 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팽창하는 도시는 도로와 터널 그리고 다리로 확장되었다.

미국 서안은 샌프란시스코를 기준으로 남쪽에는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로, 북쪽엔 시애틀과 밴쿠버로 연결된다. 남북을 잇는 중심 도시가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시스코 지형은 엄지와 중지가 닿을 듯 말 듯 말아 쥔 손 모양 중 엄지다. 골든게이트 브릿지는 살짝 벌어진 두 손가락 사이에 걸쳐 있다. 북태평양 바닷물은 샌프란시스코만을 채우고 비우고 또 채운다. 만을 들락날락하는 썰물과 밀물은 모두 다리 밑을 지나야 한다. 그만큼 물살이 빠르고 세다. 그 물살을 버티고 1937년 다리가 세워진다.

긴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깊고 높은 교각이 필요했다. 당시 물살 센 바다 바닥에 교각을 세우는 일은 미친 짓이었다. 수십 명의 인부가 빠른 물살에 떠내려가고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227미터 높이의 주탑을 세운 후, 차가 다닐 상판을 매달기 위한 케이블 설치는 더 큰 난관이었다. 인장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닥의 가는 쇠줄이 필요했다. 이 작업을 위해 인부들은 60층 높이의 주교에 오르고 내려야 했다. 하나의 케이블을 구성하는 쇠줄 가닥의 숫자는 2만 7천여 개다. 이때 추락한 인부들도 태평양 바닷물에 잠겼다.

인명 사고를 줄이기 위한 안전 그물망과 헬멧, 고글, 방독마스크가 최초로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명을 달리한 목숨은 적지 않았다. 죽음을 무릅쓰고 교각에 오른 인부 중에는 중국인들이 많았다. 그들이 모험에 나선 이유는 영주권이었다. 북미에서 가장 큰 차이나타운이 조성된 도시가 샌프란시스코다. 아름다운 다리는 붉은 오렌지색을 띠고 있다. 이 도시의 중국인들은 오렌지색을 핏빛이라 부른다.

다리는 건너고 지나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런데 아름다운 이 다리는 그 자체가 목적지다. 한 해에 골든게이트 브릿지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숫자는 900만 명이라고 한다.

지역을 넘어 대륙을 연결하는 다리도 있다. 그중 하나가 차나칼레 현수교다. 이 다리는 유럽과 아시아의 접경 도시인 이스탄불에 세워졌다. 비잔티움과 콘스탄티노플로 불린 동로마의 수도가 이스탄불이다. 이 다리로 인해 유럽과 아시아의 융합은 천년을 더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현수교의 규모는 주탑 간 거리인 주경간장으로 견준다. 차나칼레 대교의 그것은 2023미터로 세계 1위다. 종전까지는 일본의 아카시대교였다. 세계 현수교의 역사를 다시 쓴 주인공은 대한민국의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다.

불쾌한 가정이지만 당시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우리나라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있었다면 골든게이트 브릿지는 없었을지 모른다. 유쾌한 현실이지만 이 처벌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나칼레 대교는 단 한 건의 인명 사고도 없이 완성되었다. 다리는 확장과 융합의 상징이다. 다리는 결코 보복과 응징으로 세워지지 않는다. 이것이 인류를 오늘에 이르게 한 이치다.

서상영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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